벗어나기 힘들었던 26살 히키코모리 시절을 견디고 극복한 썰


제 인생 중에서 스스로 가장 많이 자책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던 26살 초반...

오늘은 문뜩 그 시절이 떠올라서 글을 한 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
⏩ 방구석에서 박혀있던 시절
⏩ 탈출하게 된 계기
⏩ 현재


 ⏩ 히키코모리가 된 이유


때는 대학교를 졸업한 2023년 초반으로, 저는 졸업하자마자 곧 바로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있는 한 중소 기업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이다보니 진짜 아무런 생각없이 들어가게 되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일이랑 너무 달랐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고 케어하는 일이었는데, 무뚝뚝한 성격인 제가 신생아들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 일을 하려니 진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90%가 여자이다보니, 남중 남고 군대를 나온 저에게는 여초 문화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첫 직장은 일주일만에 그만두고, 곧 바로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직장도 서류 및 면접 최종합격하고, 입사하게 되었는데 사장이 하루 만에 태도를 확 바꾸더라구요.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이 정도 출퇴근 시간이면 업무에 지장주는거 아니냐면서 빨리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라는 식으로 말하지를 않나...

다른 직원분들한테도 엄청 함부로 대하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거 보자마자 여기서 일하다가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게 예상이 되서 걍 출근 이틀 차에 전화로 퇴사 통보하고 때려쳤습니다.

그 뒤로 과일가게에 알바로 들어가자마자 하루 일하고 또 그만두고...

지금 생각해보면 포기의 연속이었던 과거의 나.

어쨌든 이렇게 금방 금방 직장 생활을 못 견디고 포기하는 제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남 밑에서 일할 수 없는 성격이라 생각해서 취미로 하고 있던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인하기로 결정하고 방구석에 박혀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방구석에 박혀있던 시절


집에 박혀서 오전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유튜브 편집을 했는데요.

올인을 하려면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어야했는데, 하루에 고작 블로그 글 2개 정도 쓰고 유튜브는 3분짜리 영상 하나에 쇼츠 2~3개 정도 뽑아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게 되게 힘들게 느껴졌는데,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낭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다가 조금 지루하면 유튜브 보고 영화보고 하면서 농땡이피는 시간이 너무 많았었네요..

당연하게도 블로그는 한 달에 많아야 1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났었고, 유튜브는 아예 수익 창출 조건조차 달성하지 못했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조급함이 커졌고, 주식 단타 매매에 관심을 가지게 된 멍청한 댕꿀오소리.

유튜브에서 기법들을 조금 조금씩 찾아보고, 단타 매매를 시작한 저는 모아놓았던 돈의 일부마저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동기부여 영상들을 찾아보면서 이게 다 경험이고 언젠가 나는 성공을 할 사람이라며 정신 승리를 하곤 했습니다.

부모님은 방구석에 박혀서 하루종일 노트북만 만지고 있는 저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말을 많이 하셨는데, 그 분들이 보기에 제가 얼마나 한심해보였을까요.
 
본인들이 피 땀 흘려서 번 돈으로 대학교까지 다 보내놨더니, 졸업하고 취업도 안 하고 있었으니..

꼴에 자존심은 강해서 지금 내가 하는게 나중에는 웬만한 직장인 월급보다 더 벌게 해줄거라면서 큰 소리는 떵떵 쳤었으니까요.

근데 겉으로는 저런 소리를 하면서, 저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원망 그리고 자괴감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대략 이 히키코모리 짓을 5~6개월 정도 한 것 같습니다.


 ⏩ 히키코모리 탈출하게 된 계기


히키코모리 생활 어느덧 6개월 차에, 아버지가 단 둘이 술을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예상이 되서 그냥 먹기 싫다고 하려다가 부자 관계까지 망치게 될까봐, 알겠다고 하고 돼지 갈비집에서 아버지랑 소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유튜브로 어떻게 돈이 벌리냐고 물어보셨고, 솔직하게 아직까지 쉽지가 않은 것 같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꼭 너 전공 안 살려도 되니깐 기술 학교같은데 들어가서 기술을 배워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저랑 나이가 똑같은 사촌이 대학원에 들어갔다는 말을 하시면서, 친척들이 댕꿀오소리는 요즘 대학교 졸업하고 뭐하고 지내냐고 할 때 제가 집구석에 박혀있다고 말하기 창피했다고 말하셨는데...

이 말을 듣자마자 저를 믿지 못해주는 아버지에게 화도 나면서, 그 동안 현실을 도피만 했던 제 스스로가 부끄럽고 말로 표현 못할 감정들이 가슴에서 부글부글거렸습니다.

그래서 진짜 머릿 속에서 '이제 이 히키코모리 짓거리 그만하고, 뭐라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술을 다 먹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국비 지원 기술학교를 알아보고, 사람인에서 취업처를 찾아보면서 오만군데에 지원을 했는데요.

운이 좋게도 그 다음 날 집에서 버스타고 30분 거리의 규모가 꽤나 큰 메이저 병원 구매팀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면접 일정을 잡고, 면접 예상 질문들도 나름 준비를 해갔는데 저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면접 본 다음 날 합격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6개월만에 하는 회사 생활이라서 두렵기도 했지만, 이번에마저 또 포기하면 진짜 난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네요.

독기를 품고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사수가 외워오라는 것들은 밤을 새서라도 외워갔고, 일도 적극적으로 배우려하니 금방 회사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러다보니 어느덧 회사에서 이번에 진짜 괜찮은 신입 하나 들어왔다고 소문이 났더라구요.

칭찬을 받다보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고, 실수를 해서 혼나게 되더라도 오기를 가지고 버텼습니다.


 ⏩ 현재


이제는 회사 생활 어느덧 5개월차가 되었고, 하는 업무도 익숙해져서 직장 생활을 나름 잘하고 있습니다.

가끔 힘들 때도 있기는 하지만 다시 히키코모리 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서, 이 악물고 버티고 있네요.

회사 다니다보니 좋은 인연들도 생기고, 열등감 없이 친구들을 대할 수 있고, 가족들에게도 더 떳떳해졌습니다.

요즘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배당주 매수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ㅎㅎ

만약 제가 지금까지 방구석 히키코모리를 계속 했다면, 이 인연들은 만날 수도 없었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사이는 더 멀어졌을 것 같네요.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자괴감과 열등감을 진짜 많이 느꼈었는데, 이 감정들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독기를 품고 방구석 밖을 나와 세상에 나아간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저와 같이 방구석에서 힘들어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 진짜 화이팅이고, 스스로를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제가는 분명 이겨내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상으로 제 27년 인생에서 가장 열등감에 찌들어있고, 정신적으로 괴로웠던 26살 히키코모리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