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구매팀 2년차 넘어가는 사람이 퇴사 준비하는 이유


일단 내 수저프로젝트 카테고리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하루라도 빨리 지긋지긋한 직장생활을 끝내고 조기은퇴를 꿈꾸는 사람이다.

특히나 이게 최근 들어서, 그러한 생각들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중임.

현재 병원 구매팀에서 2년간 재직 중인데, 하면 할수록 못해먹을 짓이라는 생각이 커진다.

병원은 총 4개의 지점이 수도권 지역별로 좀 흩어져있고 각 지점별로 구매팀 인원은 2명인데, 1명이 휴가를 가버리면 그냥 모든 구매업무를 혼자 도맡아해야함.

그런데 ^^l발 같이 근무하는 선임자가 육아휴직 한 달 써버렸음 ㅋㅋㅋㅋ
(ㄹㅇ 내 입장은 아예 생각을 안 하는거임)

진격거 짤
에렌 짤

위가 병원에서 근무할 때마다 드는 생각임.

이거 때문에 지금 구매업무 혼자 다하고, 회의도 다 들어가야하는데.. 

회의는 또 얼마나 많은지, 일주일에 2번 아침 8시 10분까지 회의 참석을 해야한다. ㅋㅋㅋㅋ

원래 출근이 아침 9시인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침에 1시간 일찍 출근하는거 돈도 안줌.

거기다가 부서들은 다들 얼마나 ㅈㄹ맞은지 특히나 간호과장은 특히나 말도 안 될정도로 심함.

오늘도 무슨 병동 조무사분들 12명 근무복 상하의를 2벌씩 새로 구매해달라고 전자결재를 올려놨다.

근데 이게 문제가 상하의 1벌당 8만원꼴인데, 총 24벌을 하면 거의 190만원이 넘어버리는데 가뜩이나 윗 대가리들은 조금만 매입금액 늘어나도 ㅈㄹ해대는데 이걸 이번 달에 한 번에 처리해버리면 당연히 욕처먹을게 뻔함.

박명수 어쩌라고
어쩌라는거야

거기다가 내 상사도 한 달간 자리를 비웠는데, 내가 괜히 진행했다가 피 볼일 있음?

그래서 간호과장 찾아가서 결재 올려주신거 봤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매입금액이 갑자기 늘어나게 될 것 같은데 혹시 달마다 순차적으로 진행해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ㅋㅋㅋ

^^ㅣ발 아니 3년 이상 근무복 구매한 적이 없는 사람들인데 이건 해줘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냥 해주라고 무대포식으로 나옴.

그래서 이거 총괄도 알고 있는 상황이냐고 물어보니, 아니 근무복까지 내가 총괄한테 보고하고 결재해야하냐고 역정냄 ㅋㅋㅋㅋ

결국 해준다고 하고 자리에 돌아왔더니 팝업 메세지로 그러면 자기가 결재올린 사람들 가장 최근에 근무복 구매했던 이력 싹 다 취합해서 보내달라고 옴.

가뜩이나 혼자 일해서 존나 바빠죽겠는데 그거 까지 정리해달라고?! ㅋㅋㅋ

아 그래서 걍 구매 이력 다 뒤지면서 찾아봤는데 12명 중 3명만 오래되서 구매했던 이력 못 찾았고 나머지 9명은 전부 구매한지 2년도 안 됬음.
(1명은 1년도 안됬더라)

정리해서 보내주니깐 뭐 그냥 3명만 그러면 근무복 발주해달라고 하는 대단하신 간호과장님~

누구는 안해주고 싶어서 안해주냐고 ㅋㅋㅋㅋ

이 과장이 대단한게 나 입사한지 2~3달차였나, 그 때 뭣도 모르는 상태인데 선임자가 결혼하고 신혼여행 2주 가버림.

그 때 혼자 일할 때, 2~3달차 짜리가 도대체 뭘 알겠음?

그런데도 와서 뭐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거 따로 재고 보유하고 있지 않은건데 달라고 ㅈㄹ해서 재고 없다고 하니깐 아니 자기가 전산봤는데 재고가 있는데 왜 없다고 하냐 제대로 알아봐라.

그 지랄해서 다른 지점 선임자한테 재고 파악하는 법 물어봤는데 내가 알고 있는게 맞았었음.

심지어 다른 부서는 전산 시스템으로 우리 구매팀 재고를 파악할 수도 없는 시스템임.

그래서 내가 해당 물품 전산 스샷찍어서 방 찾아가서 보여줬더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니 혼자 말로 욕하면서 다른 부서에 전화걸어서 내가 보는 앞에서 개지랄하더라 ㅋㅋㅋ

물론, 이런 인성 맛탱이 간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고 병동 수간호사 선생님들은 정말 착하심.

내가 계속 병동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해서 수간호사 선생님들이랑 접점도 많고, 암튼 뭔가 되게 친밀하달까...?!

그리고 병동 대부분의 간호사들이나 조무사분들도 정말 착하시다.

몇 몇 부서들 제외하고 대부분이 좋은 사람들인데 진짜로 소수 몇 명의 사람들 때문에 퇴사 생각을 딱 확정하게 됨.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건 구매팀 인원문제다.

이게 한 명이 비어버리면, 다른 1명이 갈려나가는 구조인데 업무지원도 일주일에 2번밖에 안 와주고 뭐 오더라도 해당 병원 사정을 잘 모르니 자세하게 도와줄 수도 없고 ㅋㅋ

그냥 지금 내가 일하는 병원은 직원을 사람이 아니라 부품취급하고 있음.

쨌뜬 어느 직장이나 당연히 모두 힘들겠지만, 내가 느꼈을 때 병원 구매팀은 중간에서 끼어죽는 부서다.

경영을 담당하는 윗 분들은 돈 적게 쓰라고 ㅈㄹ, 실질 근무 부서들은 소모품 뭐 넉넉하게 좀 달라고 하고 뭐 수리해달라 구매해달라고 하고 ㅋㅋㅋ

진짜 엄청 곤란한 위치의 부서라고 보면 된다.

만약 본인이 병원 구매팀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뭐 갈등상황을 푸는걸 스트레스받지 않아해야하는 사람이여만 입사하길.. ㅠ

후우...

같이 일하던 선임자는 12월 중순쯤에야 돌아올텐데 그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고 오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퇴직한다고 말할 예정이다.

그 사람도 뭐 아기도 중요하겠지만, 육아휴직 들어가고 업무 짬 모두 맞아버리는 내 입장은 생각 안 했으니 나도 내가 퇴사하면 입사할 후임자 인수인계까지만 딱 해주고 그만둘꺼임.

그래도 인수인계까지는 하고 떠나야 사람된 도리니까...